2010년 05월 28일
요즘 내가 매력을 느끼는 남자
작년에 내가 처음으로 둥지를 틀었다가.. 그냥 어디 외딴곳에 그냥 점찍어둔 집인것처럼 생각날때마다 들어왔는데... 그때 써두었다가 비공개로 해둔 글을 보니 다시 조금 마음이 아파졌다. 이상하게도 어렸을때 마음 아팠던 것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나이들어 생긴 상처들은 오히려 더 아련하게 기억을하다가, '아! 작년에 이맘때쯤 내가 이랬었구나!' 라는 이런 바보같은 짓을 자꾸하게 되는거 같다. 작년 이맘때.. 하하.. 난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잔뜩 드는 남자와 데이트란걸 하고 있었다!! 아니. 데이트를 할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긴 여름 휴가 전에 부랴부랴 그 아이는 나에게 수줍은 제스추어로 길지도 않은 2주간 못볼꺼란 생각에 아쉽다는 말을 했고.. 그 아이 생각에 나의 길지도 않았던 휴가는 반은 그애에 대한 생각으로 보냈던거 같다..
뭐, 그때 딴엔.. 이제 설레는 사랑은 끝인줄 알았는데.. 다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건가? 나이들어 주책이라고 손가락질하던 내가.. 이제 그들을 이해하게 된건가? 라는 생각에 18시간이라는 긴 비행속에서도 계속 새어나오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던거 같기도 하다.. 하!
기억난다 기억나..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니 더욱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transit 하던 공항에서 잡지를 한권사서 별점을 보고, 그는 당신에게 얼마나 반했을까 등등의 퀴즈를 하면서 애써 불길한 예감들을 꾹꾹 눌렀던 기억이.. 로밍이 안되던 내 폰을 붙들고 원망하며, 내가 먼저 연락해야하는 상황이 되니, 3-4일 밤을 계속 고민하며.. 내가 먼저 연락하면.. 너무 창피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하다 결국 14일 동안 2번을 용기내어 연락하고.. 통화내내 긴장한 나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침을 몰래삼키며 태연한 척했던 기억들..
그 후로 이어진 만남 동안, 행복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불안했던 나의 감정들.. 생각해보면 모든게 너무 이기적이어서.. 내 자신에게 정말 진저리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렇게 만남을 즐거워했고.. 그 만남이 끝난뒤의, 모든 기억의 상처를 이겨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또 한번 느끼게 되었던.. 유달리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
어릴때 읽었던 책중에, 아마.. 현대동화집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있던 책이었던거 같다. 어떤 한 남자가 길을 가다가 이것저것 물건을 펼쳐두고 파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 할아버지가 파는 물건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안경과 내 마음을 보여주는 단추란 것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당연히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안경을 선택을 한다.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 청년이 보게된 세상은 그야말로 추악한 것이었는데,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진실들과 애인과 친구의 큰 배신부터 자잘한 배신까지.. 결국 그 청년은 견디질 못하고 그 할아버지에게 다시 돌아가 마음을 보여주는 단추를 받아온다.. 그러자 그 청년의 진심이 통해 애인도 그의 마음을 알아주게 되고 모든게 잘 되는 그런 동화였다..
어릴때는 그 청년이 바보같았다.. 남의 마음을 읽고 적절히 잘 대처하는게 더 중요하지 왜 내 마음을 보여주는걸까? 내 진심도 드러나지만 내 약점도 보여주는건데!! 라며 소리쳤지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 알고 싶지 않은 진실들이 더욱 많아졌고..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니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주고 싶은데, 내 마음을 감추는게 이득이 되는 세상에서는 그게 너무 힘들어졌다. 싫어하는걸, 상처받은걸 표내지 않는 방법은 정말 perfect하게 습득했는데, 반대로 좋아하는 걸 표내는 방법은 전혀 습득하지 못했다는거..
생각해보니, 난 거짓말을 정말 잘해왔던거 같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 나의 어설펐던 거짓말을 모두가 믿었을것 같진 않고.. 단지 파헤쳐서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기에 나에게 추궁하지 않았던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그렇게 어긋나게 살아가고 있었던거 같다..
한편 생각해보면! 내가 하고 싶은 진심의 말들이 가득있었다고 해도, 그걸 말할 여건이 안되었으니 뭐..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던일이라고 쳐야하는가..싶기도 하다.. 뭐 그래서 결론은 어차피 말로 주저리주저리 하느니 그 청년처럼 그냥 단추로 모든걸 보여주면, 설명할 것도 없이 그냥 이해되는 시스템이 부럽다는 거...
아차! 그런데 지금 나는 요즘 내가 매력을 느끼는 남자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던거 같은데.. 왜 작년에 내가 매력을 느꼈"었던"남자 얘기만 하고 있는거지?? 끌끌.. 사람이 조금씩 묵어갈때마다 새로 생길 미래보다 과거의 정리가 중요해진다던데... 나이는 속일 수 없다.. 하다못해 요즘 말버릇도 ....해야겠어가 아니라, ...했었어.니까.. 흑!
근데, 딴 얘길 하다보니까, 원래 적으려던 얘기를 까먹어 버렸네.. 아마 맥주 탓일꺼야.. 벌써 6캔이나 마셨거든.. 나중에 다시 이 글을 읽으며, 얼굴이 화끈거린다거나 하면 비공개로 전환할거 같긴한데, 귀차니즘의 대가인 내가 그걸 할지 안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술마시면 세상이 다 내꺼같은 기분이 늘 드는데, 이것도 나름 기분이 좋구나~@@@
아무튼, 긴 솔로생활에 나에게 느는것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의 세계.. 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너는 이런 놈일꺼야'놀이의 대가인 내가, '크리미널 마인드'의 놀이에 빠져버린 것!! CSI를 정말 미친듯이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널 너무 사랑하지만, 사실 너는 내가 꿈꿔온 완벽한 이상형은 아니었어..'라고 뻥차버리고 갈아타버린 그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그 중에서도 나의 성향을 보자면 나는 강인하고 정의감 넘치는 초콜릿빛 복근을 가진 모건을 사랑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또 여리여리하고 소년같은 이미지의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인 스펜서를 사랑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중늙은이 아저씨가 눈에 박혔는지.. 그의 발음 하나하나와, 그이 멋진 수염과, 그늘진 다크써클.. 그리고 늘어진 주름살이 어쩌면 그리 멋진지..

지금까지 내가 한 얘기를 쭉 종합해보면, 결국 나는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가 되는 구나.. 철없는 설레임, 마음을 보여주는 단추..
이제는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보다는, 내가 가진 무언가로 세상을 이겨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나 할까.. 헐..
이럴줄 알았다면 좀 더 나를 위해 많은 것을 비축해둘걸..........
# by | 2010/05/28 23:25 | 내가 좋아하는 것들 | 트랙백 | 덧글(2)










